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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말이야..

꽃내음yu 2022. 3. 21.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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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3월 21일

 

사무실에 혼자 앉아 신문을 펼쳤다.

그리고 어느 의사의 칼럼을 읽었다.

무의미한 연명치료에 관한 글 

40대 후반의 심장질환이 있던 한 여성이 실려왔고, 의학적으로 더 이상 살릴 방법이 없는 그 여성은 

(이미 뇌에 산소 공급이 안돼 식물인간 상태였다) 가족들의 요구로 하루 백번이상 제세동기로 간신히 심장을 움직이게해 살아있게 되었고, 의사들이 무의미한 일이라고 그만할것을 요구했으나 받아드려지지 않은채 

끝끝내 그 분은 수없는 연명치료를 받고, 그렇게 세상을 떠나셨다는 이야기 였다.

이것이 누굴 위한 행위였을가....

 

오늘 자 또다른 기사는 프랑스 영화배우 알랭들롱의 기사였다.

뇌졸중으로 투병중이던 그는 자신의 건강이 더 악화될경우 안락사를 해달라고 가족들에게 부탁했다는 기사였다.

그는 스위스에 거주중으로 스위스는 안락사를 인정한다고 한다.

 

안락사...

연명치료...

 

생명이 귀하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가족의 생명을 내 손으로 놓을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치료를 포기 할 수 없었던 그 가족들의 마음도, 안락사를 부탁한 알랭들롱의 마음도 모두 알것 같다.

 

우리 엄마는 내가 대학교를 졸업하던 그 해 심장판막을 이식 받으셨다.

그리고 수술중 부정맥이 발생해서 수술시간은 예정되었던 시간보다 더욱 길어지기만 했다.

아직도 그날. 수술실 앞에서 기다리던 그 때를 떠올리면 눈물부터 나온다.

그날의 아빠 모습도 그리고 그날의 나의 모습도

마치 제 3자의 시선으로 우리를 바라보듯 그렇게 다 보인다.

사랑하는 가족이 나의 곁을 떠날 수 있다는 것은 그 무엇보다 가혹하고 또 가혹한 일이다.

다행히 엄마는 무사히 수술을 받으셨다.

그러나 수술후의 과정도 쉽진 않았다.

엄마가 수술 받으시고 몇년 후 아버지는 평생을 앓으시던 버거씨병으로 인해 한쪽 다리를 절단 하실 수 밖에 없었다.

이미 그 전엔 심장 조영술도 받으셨고, 이미 새끼 발가락도 한번 절단 하셨었다.

그리고 아빠는 그렇게 반년 이상을 병원에 계셔야 했다.

가족의 아픔을 바라본다는건 그걸 견뎌내는걸 바라만 봐야한다는건 가족에겐 끔찍한 고통이다.

하지만 그들이 떠나지 않고 버텨내고 내 곁에 존재 해준다는 그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연명치료를 포기 할 수 없는 그 가족들의 맘도 이해가 된다.

 

하지만 

난. 결혼 후 신랑에게 담담하게 말했었다.

혹시 내가 나중에 많이 아프거나 불의의 사고로 크게 다쳐 의학적으로 가망이 없다고 판단이 되거든 더 이상의 치료는 하지 말아 달라고.

연명치료 거부.

엄마의 간병과 아빠의 간병으로 병원에 지내면서 

내가 본 수 많은 환자들의 모습 그리고 가족들의 고통.

참...이율배반적인 생각

난 어거지로 목숨을 이어갈 생각이 없지만, 나의 가족은 그렇게라도 목숨을 이어주고 싶은 마음..

참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나의 연명치료 거부에 대한 생각은 20대때 부터 갖게 된 생각이었다.

 

이제 난 40살이 되었고, 사랑하는 남편과 목숨을 내어 주어도 아깝지 않은 두 아들이 생겼다.

그리고 오늘 기사를 읽으며 다시 한번 고민했다.

어떤것이 내가 아닌 나의 아이들을 위한 선택일까 말이다.

물론 난 건강하게 오래 살 예정이다.

하지만 가끔 걱정이 되긴 한다.

 

2년 전 공황장애가 왔을 때부터 이렇게 죽을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던 그 떄부터 ....걱정이 되었다.

아직 아이들에게 해줘야 할 말이 옆에서 챙겨줘야는 것들이 알려줘야할 것들이 많은데 말이다.

 

어떤것이 옳은 방법인지 모르겠다.

어떤것이 옳다고 말 할 수 있을까?

사람의 마음이 그렇게 쉽지 않은데 말이다.

 

아마도 알랭들롱의 나이(87세)쯤 되었을때...아이들이 모두 성장하고 각자의 삶을 잘 살아가고 있는걸 보았고, 이미 나의 사랑하는 배우자가 세상에 없다면....그렇다면 나도 조금은 편하게 안락사를 선택할 수 있을것 같다.

혹은 연명치료 거부나 말이다.

 

하지만 그 칼럼속 주인공은 고작 40대 후반이었다.

그렇다면....포기 할 수 있었을가...

 

그래도...그래도...이제 40이 된 난...

혹여 그런 일이 생길땐 더 이상의 치룐 받고 싶지 않다.

 

그래서 이 공간에 내가 이제 배워가고 있는 생각들을 아이들에게 조금씩 남겨 둘까..한다. 

 

시간이 될때 마다 조금씩 

 

죽음이라는 것은 나와 너무 멀리 있지도 그리고 너무 가까이 있지도 않은것 같다.

어느날 고갤 돌리면 나에게 성큼 와 있을 수도 있고 또 어느날은 저 멀리 가 있을지도 모르니까 

하지만 한가지 분명한건 언젠가 그것은 나에게 올것이란 것이다.

 

그래서 오늘 더 오늘 하루를 더 감사하게 살아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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