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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소설 무

꽃내음yu 2021. 9. 27.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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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였다.

밀리의 서재를 들어가서 보다 우연히 눈에 띈 책 신비소설 무.

순간 과거의 그 어느 시간으로 휩쓸려가듯, 예전 생각이 밀려왔다.

대학 시절 학교 도서관에서 이 책을 처음 접했다.

퇴마록도 좋아했고, 무속관련 이야기도 좋아했던 난 아무 생각없이 이 책을 대여했었다.

그리고 책을 들고, 과방에 가서 읽고 있었다.

그런 나의 모습을 보며 선배들이 해줬던 말이다.

"이 책 작가가 우리 조교님이셨잖아"

"네?"

놀란 나는 선배들과 책을 번갈아 봤던거 같다.

웃으며 선배들이 했던말...그래서 등장인물들 이름에 과 사람들 이름이 나온다며

그 순간 이 책은 나에게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이런 낯선 친밀감이 아니였더라도 이 소설은 충분히 매력이 넘쳤다.

그 안에 나오는 승덕이의 지식들은 작가 본인의 지식들이었을 것이다.

심리학이라는 그때는 많은 사람들에겐 낯설었을 그 학문을 익숙한 듯 낯선 무속의 이야기 속에 섞어두었다.

승덕의 입을 통해...

 

그리고 시간은 흘러갔고, 나도 수많은 변화를 겪었다.

그리고... 이 책의 완결이 나왔을.... 17년도 그 무렵 이 책을 읽었던 거 같다.

그러나 그 당시엔 내 삶이 정신이 없어 기억도 나지 않는다 그저 완결의 내용이 머릿속에 읽을수록 떠오르는 것이 읽었구나 했을 뿐....

 

그렇게 또 세월이 흘러 작가의 말부터 다시 천천히 읽었다.

추석 연휴 끝자락부터 4일을.... 정신없이 그 세상에서 머물렀다.

읽지 않는 시간에도 그 안에 머무는 기분이었다.

 

세월의 흐름만큼 작가도 변했다고 말했다. 심리학을 공부하시던 그분은 박사까지 모두 끝내시고 다 내려놓으신 채 새로운 일을 시작하셨다고 한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그럴 수 있었을까... 나라면...

그리고 그렇게 이 책도 마무리 지을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그 사이 난 대학을 졸업했고, 전공관 조금 상관없는 일을 시작했고

20살의 풋풋했던 난 이제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정신없는 세상의 흐름 속에 그렇게 휩쓸리듯 지내는 동안 소설 속 주인공은 그대로 그 자리에 있었다.

 

낙빈이는 10살의 아이이다. 그 아이가 짊어진  무게가 다시 읽어가는 동안 아프게 다가왔다.

낙빈, 승덕 정현 정희 미덕 천신 현욱.....

그러나 이번에 읽을 때 제일 아팠던 사람은 둘이었다.

낙빈의 어머니. 그리고 흑단 인형.

이제 나는 어느새 낙빈이와 같은 나이의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이다.

내 아이가 수많은 시련 속에 던져져야 한다면, 그것을 바라보는 삶을 난 감내할 수 있을까...

세상이 만든 흑단 인형은..... 정말 악인일까..

인간과 영혼...

서로가 서로를 무서워하며 경계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이번엔 이 책을 읽어 내려가면서 유난히도 많이 울었던 것 같다.

죽은 영혼들이 가슴 아파 울고, 낙빈이가 안쓰러워서 울고... 그런 아들을 바라보는 낙빈 모의 마음이 느껴져 울었다.

나도 이제 어른이 되어 가나보다.

책은 참 신기하다.

내 삶의 어느 시점에서 읽는지에 따라 나에게 오는 느낌이 다르다.

그래서 책은 작가가 같은 이야기를 풀어내도 읽어내는 독자들에겐 다 다르게 와닿는다.

그래서 책은 결국은 독자의 손에서 완성이 된다.

그런 글을 쓰기까지 작간 또 얼마나 많은 시간 고뇌했을까....

소설의 마지막에 낙빈 모가 낙빈에게 이야기한다

"보이지 않지만 복덕은 늘 주인을 찾아온단다. 내가 쌓은 선덕은 행운과 기쁨이 되어 나를 찾아오고, 내가 쌓은 악덕은 불행이 되어 나에게 돌아온다. "

이 이야기 끝에 낙빈은 생각한다. 삶의 진정한 방법을 이야기해줄 큰 어른이 자신의 어머니라는 사실에 감사하다고...

난 어떤 어머니가... 일까...

유난히 사랑스럽고, 따뜻한 주인공들로 가득한 이 신비 소설 무.

그렇게 감사하며 이제 그만 이 소설에서 나도 나오려 한다.

나의 추억으로 시작한 이 소설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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